2019년 12월

한국 도착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다.

지난 15년 동안 어머니와 여행다운 여행을 한 번도 안 가봤더군요. 그런 이유로 간단하게 2박 3일 정도 국내 여행을 알아보게 됩니다. 운 좋게 해랑이라는 국내 크루즈 관광 열차에 대한 정보를 찾았고 부랴부랴 예약했습니다. 270만 원에 3인 예약(예비 신부 포함 3인!) 2박 3일 국내 여행 치고는 비싼 금액이지만 해외여행 가기는 일정이 부담스러워서 예약을 했습니다.

이제 여행만 떠나면 되겠구나 하고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해랑 측에서 여행 딱 3주 전에 알람 시스템 점검으로 인해서 예약이 최소 됐다고 통보를 합니다. 게다가 전에 예약 가능했었던 다른 날짜들은 현재 매진됐다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만들어 버립니다. 무슨 경우인지? 취소는 됐지만 다른 날짜는 매진이고 알아서 하시라는(사실상 환불하라는?) 안하무인 한 태도에 짜증 났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덕분에 다른 여행지를 부랴부랴 찾아보게 됩니다. 당장 4주 뒤에 결혼이라 정신없는데, 환불도 바로 안 되고 며칠 기다리느라 돈도 묶이고 다시 생각해도 울컥하네요. 하… 메모장 킨다..

웹사이트도 이상해서 예약할 때도 불편한 점 투성이었지만 이것까지 이야기하면 투머치니까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해랑, 비록 국내여행이지만 알람점검으로 아무런 보상없이 취소통보 받을 수 있으니 염두해 두시길.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어머니께 전화해서 취소됐다고 말하는 중에… 블라디보스톡이 한국하고 가깝고 관광하기도 괜찮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엄마 러시아 어때?”

“러시아? 내일 바로 여권 만들러 갈게”

“어? 어..어 알았어”

엄청나게 가고 싶으셨었나 봅니다. 다음날 바로 여권 만들러 간다니 ㅋㅋㅋ 해랑 얘기할 때는 뭐 비싸다 뭐다 시큰둥하셨는데, 러시아는 가격 같은 건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오케이 해버리시네요. ㅋㅋㅋ.

결혼 준비로 정신없기에 패키지로 하려 했으나, 어쩐지 패키지가 더 찾기 어렵더랬죠. 그래서 자유여행으로 하고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전일 가이드를 고용했습니다.

생각보다 밥도 입맛에 맞고 (음식 안 맞을까 봐 컵라면 들고 갔는데 생각 하나도 안 났음!) 알찬 여행이었습니다. 2박 3일 너무 짧지 않나 싶었는데 도시가 엄청 작아서 아주 적절한 여행이었네요. 러시아에서의 간단한 스케줄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날에는 야경 투어 및 음식점 수프라 방문 Supra - Google Map

블라디보스톡 맛집 수프라! 러시아 전통음식 샤슬릭과 만두와 기타 등등!

둘째 날에는 전일 투어 및 ZUMA 방문 TODO: 링크 추가 ZUMA - Google Map

해산물로 유명한 ZUMA! 가락시장 매니아인 내가 볼 때 가성비 최고 한국보다 엄청나게 싸다

셋째 날에는 조식 먹고 쉬다가 귀국!

꺼지지 않는다는 영원의 불꽃

귀여운 야생여우, 루스키 섬 마약등대는 안개가 너무 심해서 가까이 가지 못했다. 분위기 무엇

공기가 맑기 때문에 독수리 전망대에서 탁 트인 블라디보스톡 전경을 볼 수 있다.

4년 전, 아버지께 일본 여행이나 같이 가자고 여권 만들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는데, 작년에 돌아가신 후 짐 정리하다 발견한 여권 보고 가슴이 참 먹먹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깨달았네요, 일보다는 가족이 먼저입니다.

결혼식 준비

한 달 전, 역술가님께서 결혼 날짜를 12월 29일을 잡아주셨습니다. 연말이면 여행도 많이 가고 그러지 않나? 와 일요일이넹! 비행기표도 $2200… 흠 생각할수록 뭔가 오묘한 느낌…! 그러나 날짜는 잡혔으니 그에 맞춰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 몸은 캐나다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여자친구가 모든 걸 준비했고 결국 해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고맙네요.

한국 도착 후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은 3주. 청첩장도 돌리고, 결혼사진도 찍어야 하고, 스드메 등등.. 할 것들이 산더미.

회사에는 미리 말해서 4주의 휴가를 받았습니다. 총 4주의 휴가라니 보기엔 엄청 길지만 결혼 스케줄 3주로 압축하다보니 휴가가 우사인볼트처럼 지나갔습니다…

결혼식 후기

인생에 몇 없는 중대한 행사 중 하나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후기는 “정신없었다”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네요.

아무쪼록 결혼식을 아름답게 꾸며주신 하객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서 언제 돌아올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와주신 분들, 정말 감사하고 결혼식 참석하여 자리를 아름답게 꾸며주신 것 꼭 보답해야겠다는 마음가짐 품에 가지고 살겠습니다.

어린 시절 온라인에서 만나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온 힙합 전도사 조 팀장, 락 전도사 제갈범현 형님 각각 사회와 축가를 해주셔서 너무 개인적으로 뜻깊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술 먹고 와서 해장을 담당해준 삼행시왕 킴유!

광주의 보배들 광수와 득재, 축의금 받느라 고생해준 준영이와 뱅길, 커여운 강아지 사진 올려준 영맨, 아무튼 단톡방 한 명도 빠짐없이 와준 광주 성남 친구들, 언제나 시큰둥하지만 기가 막히게 참석하는 츤데레 엄정, 멀리서 KTX 타고 청첩장 받으러 온 의리남 현표 형님, 뭔가 근손실 엄청나게 오신 멋쟁이 교스형, 점점 핸섬해지는 기리보이 신승원, 더쿤, 유튜브 스타 민우.

그리고 몇 년간 집안 행사에 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와주신 외가 식구들!

전 직장 Infraware 걸크러시 임 차장님, 또한 같은 팀이었지만 현재는 다들 카카오, 넥슨, 심지어 개인 사업 등으로 드래곤볼처럼 흩어진, 그러나 다들 현재 잘 나가고 있는 복기 형님, 세진, 지영 누님. (아마두) 지금 가장 행복할 석찬이, 결혼 후 피부톤 나날이 좋아지시는 YB형님, 영혼 보내기 장인 우우.

캐나다에서 언제나 자기 일 처럼 큰 도움 주시는 Kyu 형님, 비록 오진 못해도 모바일 청첩장에 축하를 전해준 회사 동료들 특히 Mia, Bailey, Mana, Elaine 등 Venngage 식구들. 밋업에서 알고 지내다가 결혼식까지 와준 희진쓰, 의리 하나로 본인 바쁜 일정임에도 참석해주신 아름씨!

그 외에도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오진 못했지만 축하해주신 많은 분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마치며

한 달간 엄청 예민해 있었는데 막상 끝나니까 대략 정신이 멍해집니다.

빡빡한 결혼 준비와 가족 및 친구들과 여행, 결혼 날 바로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고 2일 후 도착 그리고 다시 캐나다로…

정신이 쏙 빠졌던 지난 한 달이었지만 결국 좋게 2019년을 마무리했습니다!